마술에 빠져 지낸지 6 여년,
난 어떻게 보면 직업적으로까지 마술업계에 몸을 담았었고 대충 마술계의 생리에 대해서도
알고 싶지 않아도 어느정도 파악하고 있다. 그렇게 그 동안 느껴왔던 것 들을 에세이로 살짝은
무겁게 다뤄볼까 한다.

보통 마술은 크게 [Stage Magic, Close Up Magic] 이 두가지 스타일로 나뉘게 된다.
Stage Magic이라고 함은 보통 무대에서 보여지는 마술로 마술사가 무대위에서서 음악에 맞춰
마술을 하는 규모가 큰 마술을 말한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사라지고 사람이 이동하는 이런 마술들도
스테이지 마술에 속한다. 보통 명절날 TV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마술이다.
그리고 Close Up Magic은 반대로 관객의 바로 앞에서 마술을 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테이블에서 보여지거나 관객과 직접 대화를 하면서 마술을 하게 된다.
TV에서 하는 길거리 마술을 생각하면 된다.

물론 마술이라는 것이 워낙 광범위한 면이 있어서 스테이지 마술에서도 말을 하며 하는
Parlor Magic도 있고 Close Up 마술에 있어서도 말 없이 보여주는 마술도 있다.


뭐 설명은 길었지만 결론은 난 Close Up Magic 을 한다는 것이다.


클로즈업 마술과 스테이지 마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규모에 있다.
스테이지 마술의 가장 큰 특징은 화려하다는 것이다. 뭔가가 터지고 불꽃이 터지기도 하며
살아있는 것이(ex. 비둘기) 갑자기 나타나기도 하고 사람이 순간이동 하는 등 이미 대한민국에서
마술이라고 하면 대부분 스테이지 마술을 떠올리곤 한다.
보통 내가 마술을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
'뭐 비둘기 나오는거나 순간이동 하는 것을 할줄 아냐'고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대한민국 전체에 마술의 이미지는 그렇게 박혀있다.(이것 전제하에 쓰는 글이 되겠다)

반면 클로스업 마술은 보통 일상적인 곳에서 부터 펼쳐진다.
카페, 레스토랑, 바(bar) 등
난 특히 테이블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마술을 한다. 요즘엔 거의 자중하고 있지만 말이다.
보통 그렇게 펼쳐지는 마술은 카드, 동전 처럼 스테이지 마술보다는 작은 걸로  하게 된다.
물론 불을 쓸 수도 있고 살아있는 것을 나오게도 할 수 있지만 규모 자체는 스테이지에 비할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큰 테크닉 보다는 섬세한 테크닉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클로즈업 마술은 관객층 보다는 매니아층이 더 두텁다

여기서 오는 가장 큰 차이점 계속 말해 왔지만 '규모'이다.
이것은 곧 화려함에 비례가 된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봤을 땐 대한민국에서의 마술은 그 규모와 화려함에 비중을 두고있는
현실이다.

2006년 난 어느 레스토랑의 마술사가 되었다. 하는 일은 손님들이 있는 테이블에 가서 마술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 곳이 내가 마술을 하기엔 가장 좋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은 내 마술이야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즐겁고 행복했다.
왜냐 관객과 대화하면서 즐겁게 마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이 너무나도 컸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스테이지 마술에는 손도 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러면서 참 많은 무시를 당해왔다.
그중에 제일 많이 들어온 말은

"야... 클로즈업 마술은 돈이 안되. 그건 그냥 강의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되잖아"

나도 인정하는 말이기도 하고
국내에서 내가 마술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것은
클로즈업 마술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으며
관객은 그 마술을 알아내기 위한 퀴즈로 생각한다
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입대하기 전에는 그나마 덜했다. 하지만 내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땐
이미 클로즈업 마술은 퀴즈와 같은 것이 되어있었다.

비쥬얼 적으로든 뭐든 스테이지 마술이 확실히 관객에게 효과적인건 사실이고 그것이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 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정말 안타까운 건 클로스업 마술이 점점 웃기게 되어간다는 사실이다.

클로즈업 마술과 스테이지 마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관객과 가까이서 보여진다는 것이다.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마술에 대한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2년전에 내가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에게 마술을 보여줬을 당시
큰 무대 마술도 좋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마술이 더 재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왠지 더 재미있고 마술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신기함 보다 마술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마술의 대부분은 화려한 스테이지 마술을 지향하고 있다.
클로즈업 마술은 돈이 안된다며 모두들 스테이지를 해라고 나에게 이야기 한다.
심지어는 마술사가 클로즈업 마술을 보여주면 어떻게 하는 건지 맞추려고한다.
'저 마술은 별거 아니겠지' 라고 관객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몇번의 시연에 의해서 더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내가 마술을 보여줬을 때 모두의 반응은 더 심각할 정도로 암울해 져 있었고
내 마술이 퀴즈인냥 혼자서 풀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다시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 이지만 K본부의 스펀지라는 프로그램으로 인해 마술의 트릭이
정말 많이 난도질 당하다 싶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마술을 보는 관객들의 시선은
또 다시 180도 달라졌다.

한동안 이은결 마술사로 인해서 국내에서 마술을 한다고 하면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아니지만 적어도 마술을 하는 사람이 관객을 '속인다'라는 느낌이 아니었고 그것을
관객들도 이해하기 시작하던 찰나에 모든것이 원점이 되어버린 것이다.
요즘엔 내가 마술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게 좋지 못하다.
마술의 100%를 '속인다'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테이지 마술이든 클로즈업 마술이든 정말 많은 타격을 받게 되었다.
무엇보다 큰 이유는 관객들의 생각과 태도의 변화 때문이다.
난 마술의 트릭은 공개되지 않았을 때 진정 마술의 효과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관객은 '마술은 퀴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것이 더 큰 타격을 받게 되었는지 난 알지 못하지만
클로즈업 마술의 경우에는 관객과 가까이 있는 대신에 더 많은 위험이 생기게 되었다.
관객이 알아내기 위해서 내가 마술을 하고 있는 중간에 카드를 휙! 뺏어가 버리는 경우가
평소보다 훨씬 많이 늘었으며 내가 마술을 하고 있는 중간 중간에 내 몸을 뒤지는 경우도 늘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이야기를 해도 듣지도 않고 어떻게 하는 건지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2년 전에도 마술을 할때 조심스럽게 했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마술을 관람하는 매너가 완전
백지화 되어진 느낌이었다.
관객과의 대화가 중요한 클로즈업 마술에 있어서 마술을 보여주는 그 시간동안에 조금의 즐거움도
(관객이든 마술사든)느끼질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난 마술을 하나의 공연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술을 구성하고 있는 트릭을 대본이라고 생각한다.
마술사는 그 대본을 연출하고 연기하는 것이다.
드라마를 보든 영화를 보든 연극을 보든 그 대본을 궁금해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리고...
물론 연습을 꾸준히 해온다면 가능하겠지만 거의 모든 마술을 그 트릭을 알게되더라도 바로 시연 할 수 없다. 이 말을 바꾸어 말하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마술의 트릭만 알면 자신도 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면 내가 어떤 특별한 장치가 되어있는 마술도구로 마술을 보여 줬을때 관객은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이거 자체가 원래 그렇게 되는 거죠?"

특수한 장치가 되어있는 마술도구를 사본 사람은 알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런것이 더
연습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난 아직도 특별한 장치가 되어있는 마술도구를 받으면 이거 어떻게 하는거냐고 주변에 물어본다.
저 말이 내가 특별한 장치 없이 그냥 평범한(단지 내 손기술 로만 이루어지는) 마술도구로 보여줄때
나왔다면 나에겐 더할 나위 없는 칭찬이다.(그만큼 자연스러웠다는 말일테니)

난 어느 문화생활을 해봐도 이렇게 대본에 집착하는 건 마술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대한민국에서만 이다.

내가 외국인에게 마술을 보여줬을 때와 우리나라 사람에게 마술을 보여줬을 때의 느낌은
정말 180도 틀리다.
정말 우리나라를 제외한 어느 외국인(난 심지어 카메룬, 인도사람들에게도 보여준적이 있다)에게
마술을 보여줘도 하나의 공연을 보듯이 봐주었다. 그들에게서 단한번도 의심의 눈빛은 받아 본적이
없었고 심지어 나에게 카드를 확인 해봐도 되겠냐고(사실 엄청 매너없는 행동이지만) 물어봤을 때
난 너무나도 매너있는 요구에 특수장치가 되어있는 마술도구를 그냥 확인시켜줄 뻔 했다.
그리고 그들은 단 한번도 속았다라고 느끼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마술문화만 이상한 쪽으로 흘러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클로즈업 마술에 대해서 몇마디 하자면 미국에서는 클로즈업 마술쇼가 따로 벌어질 만큼 이미
마술 자체가 하나의 공연문화로 자리잡혀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클로즈업 마술 공연을 한다고 하는 걸 본건 정말 손에 꼽는다.
티비에서 나오는 건 기껏해야 예능 프로그램에 잠깐 나오거나 길거리 마술 혹은 추석 때 하게되는
특집 길거리 마술...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문득 현재의 마술을 하면서 생각이 들어서 알아 듣지도 못할 긴 내용의 글을 주절 주절 쓰게되었다.
모로가나 도로가나 결론은 마술의 대중화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과 때로는 실망할 정도로 어이없이 마술의 트릭을 공개하는 영상매체들의 등장한다는 것...


그리고...
관객은 마술사들의 연습과 노력을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
마술사는 좀 더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함께 할 수 있는 클로즈업 마술도 살리자는 뜻~)

그렇게 조금이라도 마술은 퀴즈가 아니라 잠시라도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재미있는 공연 이라는 것이 인식되길 바라는 바이다.

마지막 나의 생각은
이 모든 것이 대한민국 국민들과 대한민국 마술사들의 마음의 여유를 뺏어간
2MB 때문이다..ㅡㅡ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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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카르 2008/12/23 2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지하게 잘 읽어가다가.. 마지막에서..

    푸...풉... 뿜었습니다;;

  2. 날뽀 2008/12/25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마술을 너무나 배우고 싶은데 간단한 마술도 쉽지 않네요..ㅎㅎ
    언젠가 티비에서 리노님을 뵙고 싶습니다.ㅋㅋㅋ
    메리크리스마스

    • 리노™ 2008/12/25 18:08  댓글주소  수정/삭제

      2년여 전에는 TV출연을 몇번 하긴 했었는데
      TV출연을 이젠 거의 꺼리게 되어 버렸네요..ㅡㅠ
      날뽀님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3. 카르 2008/12/26 2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진지하게 읽었어요..ㅋㅋ;

    아 그리고 오타.. Palor => Parl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