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확실히 새로운 것에 미쳤었는지는
잘모르겠지만
바닥을 기던 나의 학점이 두배가 된 이번 학기를 정리해 보면
마술에만 미쳐있던 난 생각보다는 학교생활(정확히 말하면 건축설계)에 미쳐있었다고 생각이 된다

사실 마술 이외의 그 어떤것에도 의미를 느낄 수 없었던 나..
전역후에도 마술에 미쳐있던 나는 전혀 의욕을 가지지 않았던 학교에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꼬박 꼬박 나가고
심지어 마술이 아닌 건축으로 밤을 새어 보기도 했다
분명히 아주 분명히 아웃 오브 안중인 학교였는데 분명 그랬는데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불태우고 있었다


1학기 과제였던 주택설계


사실 복학하면 다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 했다
물론 거기서 나도 예외는 아니었겠지
나도 군대가기전까지 뭘했든 지금은 단순한 복학생이니 말이다

군대 다녀온 이후 직장도 사랑도 마지막 희망이었던 미국행도 다 잃고 더 잃을 것이 없었고 두려울 것이 없었기 때문일까?
이제 더 이상 내가 마술을 하는 것에 의미가 없었기 때문일까?

사실 그동안 마술 이외의 인간관계가 정말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폐쇄적인(?) 생활을 해왔다
누구를 만나도 모두다 마술을 하거나 몸 담았던 사람들 혹은 함께 일했던 사람들 뿐이다
물론 고등학교 때에도 마술을 하던 기억 뿐이고 고등학교 동창들도 연락이 끊어진지 오래다
(마지막에 어떻게 국립 4년제 대학교는 들어가야 할것 같아 공부를 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뭔가 함께 했던 추억이 잘 없다)

이것은 내가 관객 앞에 서는 것과는 또다른 문제다
복학하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것은 내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
그래서 처음 보거나 다른 분야의 사람들 다시 말하면 마술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무슨 관객이나 손님 대하듯 대하기도 하고
뭔가 커다란 담을 쌓아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내린 결단은 학기중에 마술을 최소화 하는 것
그것 밖에 없었다

원래 성격이 칼같았던건 어떻게 할 순 없었지만
(최소화)이렇게라도 해야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야 내가 다른 것에 휘말리지 않는 다는 것이다
내가 마술을 하게 되면 그 곳에는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이상하게 뭔가 휘말려 어떠한 것도 집중 할 수 없다는걸 잘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마술을 참았다기 보다는 더 학교 생활에 집중 했고 그에 따른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더 많이 얻은건 조금은 날카롭지만 마술이 아닌 다른 인간관계도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얼마전에 느낀거지만 마술하는 사람들 끼리가 아니더라도 편하게 술한잔 마실 친구가 있다는 걸 느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또다르게 얻은 것이다

2006년 1월 처음으로 레스토랑의 Close Up 마술사로 되던 때


하지만 현재 까지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아직도 어떠한 세개의 길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기로 했던 난 학교를 다녀도 마술을 해도 집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그랬기 때문에 전역후 면접을 봐서 합격 했던 그 어느 마술회사도 들어갈 수 없었다
집에서 원하는 것은 내가 공무원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하늘의 별따기 인데 정말 쉬운일 아닌데
그동안 내가 가족들 말 안들으며 살아왔기에 싫다고 할 수도 없고
요즘 부쩍이나 어깨에 놓여있는 부담감이 더 무겁게 짓눌러 머리가 아프다

르 꼬르뷔지에는 20살인가 21살때 건물을 설계했다던데
24살이 된 나는 마술사도 건축설계도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나와 함께 마술을 하던 친구들 동생들이 지금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실의에 빠져
갈팡질팡하던 때에 무한도전 소원을 말해봐 편에서 박명수가 했던 말이 참 많이 와닿았다
"늦었다고 생각했을 땐 너무 늦은거다 그러니 지금 바로 시작해라"
그 방송을 보던 나는 그 자리에서 멍해졌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면 여태까지 난 2006년 그때 그 시절을 그리워만 하고 있었다
그도 그렇것이 사실 4년간 정말 힘들게 힘들게 마술을 해오다가 드디어 내가 정말 원하던 클로스업 마술을
내 마음껏 펼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다른건 말할 것도 없고 마술 조차도 아무 준비가 되어있지 않고
다음 학기에 뭔가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그것 또한 한것이 없고
공무원 시험 준비는 0.00001%의 준비율도 안되고
정리해보면 전역후 1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난 아무것도 해 놓은게 없다




무엇을 하든 한 발자국 내딪는게 너무 어렵다

아니

쉬운 것일 수 도 있는데
어렵게만 생각하게 된다

사실 쥐뿔도 없이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이
처음부터 새롭게 쌓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이것이 내가 올해 반년을 넘게 보내오며 느낀
짧은 개념

연습하자
공부하자
시간없다
저작자 표시
이올린에 북마크하기(0) 이올린에 추천하기(0)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에세이(Essay)] > 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학기를 정리해보며  (2) 2009/08/11
길을 걷다가  (0) 2009/05/14
대지 모델 만들기  (2) 2009/05/13
밤샐일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 했건만...  (4) 2009/03/31
1차 전쟁  (4) 2009/03/23
선과의 전쟁  (5) 2009/03/21
시선...  (2) 2009/03/18
http://www.mlino.com/trackback/228 관련글 쓰기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
  1. 호박 2009/08/11 1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민이 많으신가봐요~ (첨 놀러와서 감히(?) 토닥토닥~)
    그래도 이렇게 정리하는 시간을 통해 한발자욱 더 성숙해지는거라 생각합니다.
    결코 헛되지 않은 시간이죠~ 힘내시고용! 좋은결말.. 이루고자 하는꿈.. 다 해결되시길 바랍니다^^

    미친듯한(?) 열대야로 밤잠을 좀 설쳤었는데 다행히 비소식에 호박은 (^____^) 급방긋입니다.
    집안이 좀 눅눅해졌다는것만 빼고.. ㅋㅋ

    기분만은 뽀송뽀송한 해피화욜 '밤' 맞으시길 바랄께요~ 쭈욱 햄볶으세욥(^.~)/

    • 리노™ 2009/08/13 2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닛..
      유명한 호박님!
      블로그 방문 감사드리옵니다^^
      호박님의 댓글에 힘을 내게 됩니다^^
      댓글 확인이 좀 늦었네요
      곧 있으면 주말인데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